업사이클링 - 잘 안 입는 옷 리폼하기
코로나로 인해 이동 제한령이 내린 터라 필수 목적을 제외하고는 외출이 불가했기 때문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던 중 옷장 정리를 하다가 잘 입지 않는 반바지를 발견했다.
신축성이 전혀 없는 소재에 다리 통이 너무 좁은 터라 불편해서 앞으로도 잘 안 입을 것 같았다.
무료한 일상에 변화를 가져오고 싶었던 차에
평소에는 하지 않는 것에 도전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과감하게 리폼을 시도해보았다.
준비물은 가위, 쪽가위, 실 조금, 바늘, (줄) 자, 리폼할 바지
우선 쪽가위로 다리 안쪽 부분의 단을 뜯었다.
평소에 내가 잘 입는 청바지의 길이를 기준으로 삼아
비슷한 길이로 맞춰 잘랐다.
앞 지퍼 아래 위치한 가랑이 쪽 바느질도 뜯어냈다.
당겨지거나 울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그대로 올려뒀다.
양 다리 사이에 공백 부분에 덧대줄 천을 자르기 위해서
줄자로 사이 공간의 가로 세로를 쟀다.
줄자로 잰 사이즈에 맞게
덧댈 천을 잘라줬다.
(덧댔을 때 색이 어색하지 않도록 비슷한 색깔의 부분을 찾아서 잘랐다.)
이렇게 덧댄 뒤 바느질을 했다.
시침핀이 있다면 꽂아두고 바느질했을 텐데 없었던 터라 대충 했다.
(이로 인해 추후에 뒷부분이 우는 문제가 발생함)
미싱이 없어서 손바느질을 했다.
두께감이 있는 데님 소재라 바늘이 쉽게 들어가지 않았다.
골무도 없었다. 하지만 오기를 가지고 해 보았다.
시원한 데님의 색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다양한 흰색 상의와 매치해 입으면 예쁠 것 같아서
흰색 실로 꿰맸다.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시침핀 없이 작업하다 보니 본 판과 덧댈 천이 고정이 잘 안돼서
보기 싫게 우는 현상이 발생했다.
입어보니
앞모습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지만
뒷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일명 똥 싼 치마
뒷부분은 본판과 덧댄 천이 만나는 부분뿐만 아니라
본판만 놓고 봐도
주머니 기준으로 아래쪽, 양쪽이 겹치는 부분이 여유 밥이 줄어야
전체적인 라인이 예쁘게 잡힐 것 같았다.
이대로라면 안 입을게 뻔했기 때문에
뒷부분은 다시 손을 보기로...
하루 종일 바느질하느라 손과 목이 뻐근했기 때문에
다음날 작업에 착수했다.
위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듯이
전체적으로 라인이 A 라인으로 빠졌는데
이 상태보단 폭이 줄고 일자로 떨어지는 게
매치할 수 있는 옷의 선택지가 많아질 것 같아서
결국 앞쪽도 뜯고 다시 작업을 하기로 했다.
만들다 보니 여분의 천을 덧대지 않는 것이 작업이 용이해서, 패치는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앞, 뒤 모두 양쪽이 겹치는 부분이 여유 밥을 많이 줄여서 일자로 떨어지는 라인으로 만들었다.
여전히 서툴게 마감된 부분도 보이지만 첫 번째 시도보다는 많이 개선됐다.
두 번 세 번 뜯어내다 보니
가지고 있던 흰색 실을 모두 사용했다.
어쩔 수 없이 소분해 온 초록색, 자주색, 갈색, 검은색 여러 가지 색상의 실을 사용해서 바느질했다.
유니크하다 생각하며 스스로 만족 중이다. 실 색에 맞춰 상의나 양말, 운동화 매치할 수도 있고... 재밌을 듯!
완성까지 약 16시간 걸렸다.
손이랑 팔, 목이랑 등이 뻐근했는데
집중해서 하다 보니 몰입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이 기세를 몰아
내가 가지고 있는 후줄근한 잠옷 원피스를
투피스로 고쳐보기로 했다.
아주 얇고 시원한 면 소재의 원피스
구제 숍에서 구매한 제품으로 내 사이즈보다 약 2사이즈 업된 제품이라
여유롭게 파자마로 입기에는 제격이었지만
외출복으로 만들려면 사이즈 조절이 필요해서 재단하면서 옷감을 많이 잘라내야 할 것 같았다.
이때의 나는
도대체 무슨 용기로
투피스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사람이 잘 모르면 용감해질 수 있다...^^
우선 투피스니까
상, 하의가 있어야 하니
눈대중으로 댕강 잘랐다.
이 원피스 뒷면에는
어깨 끈 아래 리본을 묶어 연출하는 디테일이 있었기 때문에
하의에도 그런 디테일을 살리고 싶었다.
기존에 있었던 리본의 길이가 매우 긴 편이라
그 리본을 조금 잘라내고
하의를 랩스커트로 만들면서 하의에 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의 길이는 무릎 위로 올라오도록 길이를 조금 잘라냈다.
처음에 원피스-투피스로 만드는 과정에서
너무 생각 없이 가위로 과감하게 잘랐던 터라
상의 허리 부분 절단면이 규칙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과감하게 중앙을 기준으로 사선 커팅 했다.
이렇게 커팅 하니
앞쪽에 달려있는 사선으로 드레이핑(?) 되어 있는 디테일과도 좀 더 통일감이 있는 듯
상의는 겨드랑이 아래 보기 싫게 늘어졌던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민소매 상의 사이즈 기준으로 맞춰서 커팅 했다.
(소재에 대한 고려 없이 재단을 했는데...
재단하고 바느질하고 입어보니 이 옷은 신축성이 전혀 없는 면 소재라 여유 밥이 더 있어야 했다는 걸 배웠다.
너무 꼭 맞아서 옷을 입고 벗을 때 춤춰야 됨)
치마는 접합돼있던 부분을 풀어서 랩스커트로 만들었다.
허리 부분에는 구멍을 내고,
양쪽 끝면에는 아까 상의에서 잘라낸 리본을 달았다.
랩스커트이므로 바람이 불면 치마가 벌어질 위험이 있으므로
안에 안전 단추도 하나 달아서 마무리했다.
상하의를 함께 입으면 원피스 같은 느낌이고,
이렇게 따로 매치해 입어도 좋다.
시원하고 가벼운 면 소재로 되어 있어서 리폼한 이후로 꽤 자주 입었다.
(완성까지 약 12시간 소요)
이번에 리폼하면서
물건의 존재 이유를 처음 만들어진 목적에 제한시킬 필요가 없다
잘하든 못하든지에 상관없이 우리는 창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사실에 흥분돼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했다.
물건의 효용성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물건을 바라보는 시선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업사이클링의 매력적인 점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고강도의 노동집약적 작업이었기에 한동안은 리폼할 일이 없을 듯...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