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물건

리폼(튜브탑, 민소매 상의 만들기)

Ilhamijin 2021. 5. 23. 12:42

동료분과의 만남에서

근황을 이야기하다가

요즘 손바느질로 리폼하는 것에 빠져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마침 사두고 안 입는 옷이 있다며

원하면 가져가라고 하셨다.

차이나 카라, 롤업 가능한 소매, 코코넛 단추를 특징으로 한

엉덩이를 덮는 기장의 품이 큰 줄무늬 셔츠였다.

단추를 열어

흰 티, 반바지 조합에 입으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는데...

막상 입어보니 내가 좋아하는 실루엣은 아니었다.

그래서 리폼하기로 결정!

원단이 충분할지 확신은 없었지만

투피스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잘랐다.

특히 줄무늬 원단이라

패턴이 존재하기 때문에

컷팅할 수 있는 방향이 제한적인데...

미처 그 점을 내 계산에 넣지 못했다.

재단을 해보니

줄무늬의 방향 때문에 사용할 수 없는 부분(로스)가 많이 발생했다.

이리저리 몸에 피팅 해보고 원단을 뒤집어봤지만

투피스를 만들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본래 계획과는 다르게

방향을 틀어 상의 2개를 만들게 됨

요즘 리폼을 하면서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중이다.

1. 충분히 신중하지 못할 때가 있다.

2. 대신 행동으로는 빠르게 옮긴다.

3. 일단 저지르고 이후 문제가 보이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스타일

옷을 만들 때는

재단 전

미리 머릿속으로 패턴을 그려보고

오차 없이 정확하게 재단하는 것이 중요한데

나의 행동 패턴이 이와는 괴리가 있음을 느꼈다.

↑ 치수를 재지 않고 눈대중으로 대충 자른... 나쁜 예시

대충 튜브탑 모양을 잡고

시침질하여 몸에 걸쳐 보았다.

역시 몸에 맞을 리 없었다.

겨우 끼워 넣었다.

옷이 아니라 가슴 가리개다.

심지어 그 기능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보였다.

 

몸통 부분에 원단이 부족했기 때문에

여유 원단을 확보하기 위해서 원단을 덧대야 했다.

기존 몸통 부분과

분리되지 않고 이어지는 듯 연출해야 했기 때문에

세로줄 패턴에 맞춰

직사각형 형태로 두 개의 원단을 잘라서

양쪽에 덧댔다.

원단을 덧대기 전에는

앞쪽 단추가 터질 듯 여유 공간이 없었는데

그 문제는 해결됐다.

 

튜브탑이므로

몸에서 흘러내리지 않고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위, 아래 고무줄 밴딩을 넣었다.

고무줄 밴딩이 지나갈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었다.

1.5cm 정도 시접으로 잡고 안쪽으로 접었다.

이 시접이 고정될 수 있도록 다리미로 꽉 눌렀다.

재단된 원단이 아주 작았기 때문에

매우 약간의 여유 밥만을 남기고

바느질했다.

(원단의 올이 풀릴 위험 있음)

나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렇게 진행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재단의 중요성*

*재단의 중요성*

*재단의 중요성*

*재단의 중요성*

 

여유 밥이 거의 없이

아주 아슬아슬하게 바느질 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옷은 절대 세탁기에서 세탁 못할 예정...

탈수 기능 한방이면 옷이 망가질 것 같다.

이 옷의 내구성은 심히 염려되었지만

시작했으니 끝을 보겠다 생각하고 계속해서 만들었다.

평소에 자주 입는 상의를 준비하고,

그 상의의 가슴둘레를 기준으로

필요한 고무줄 길이를 예상해서 잘랐다.

기준으로 사용한 상의 역시

지난번에 리폼으로 재탄생한 옷이다.

혹시 원피스 투피스로 만들기 리폼 후기가 궁금하시다면

아래 포스트를 참고하세요!

https://myownparadise.tistory.com/36

 

업사이클링 - 잘 안 입는 옷 리폼하기

​ 코로나로 인해 이동 제한령이 내린 터라 필수 목적을 제외하고는 외출이 불가했기 때문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 그러던 중 옷장 정리를 하다가 잘 입지 않는 반바지를 발견했다

myownparadise.tistory.com

 

아까 고무줄 밴딩이 들어갈 공간을(튜브) 만들어 뒀는데...

실핀에 고무줄 끝을 끼워 고정한 뒤

공간(튜브) 끝까지 끌고 나오면 된다.

고무줄은 흐물거리고 힘이 없기 때문에

고무줄을 끼울 수 있는 고리가 있는 딱딱한 물건을 지지대(?)처럼 사용했다.

 

고무줄이 엉키거나 뒤틀리지 않도록

끝까지 유의한다.

옷을 입거나 벗을 때 불편하지 않은지,

입고 있었을 때 편안한지를 확인하며

고무줄 길이를 조절해서 묶었다.

흘러내리지 않으면서

불편하지 않은 길이를 찾았다.

생각보다 고무줄 길이가 많이 남았다.

어중간한 길이로 남아서

남겨둬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딱히 없을 것 같아 아까웠다.

 

위의 경험을 바탕으로

튜브탑 아랫부분에 들어갈 고무줄은

앞서 윗부분에 들어갈 고무줄을 자른 것보다

조금 짧게 길이를 잡아 준비했다.

역시 실핀을 이용해 끼웠다.

엉키거나 뒤틀리지 않도록 유의!

 

튜브탑 위, 아래 고무줄 밴딩 고정 부위의

고무줄이 뒤틀리지 않도록 다시 매무새를 만졌다.

매듭을 짓고, 남은 고무줄은 잘라냈다.

고무줄이 들어가 있는 부분에는

고정 땀을 곳곳에 더해서

고무줄이 중구난방으로 움직이지 않도록, 엉키지 않도록 했다.

과연 이 옷을 바깥에서 착용하게 될지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비침이 약간 있었기 때문에 단독으로 입기에 불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끈이 있는 속옷과 입으면 이상할 것 같아서

노브라로 입을 수 있도록 앞쪽에만 남은 원단을 한 겹 더 덧댔다.

안감을 덧댔더니 비치지 않아 만족스러웠다.

이렇게 튜브탑 상의가 완성됐다.

집에 있을 때 가끔 입어야겠고 생각했다.

완성된 튜브탑 상의를 착용한 모습이다.

블라우스나 셔츠를 레이어링 한다면

(가린다면)

외출복으로 입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제 남은 원단으로는

투피스의 하의를 제작해야 하는데...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치마를 만들어 볼까 싶었는데...

셔츠 밑단 부분에

크게 물결무늬처럼 능선이 있었기 때문에 어중간했다.

바지로 만들 수 있을까 싶어서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는 반바지를 꺼내 비교해보았다.

 

(왼) 가장 자주 입는 청 반바지

(오) 고무줄 면 반바지

두 가지를 두고 비교해보았는데

둘 중 원단의 성질이 비슷한 면 반바지를

기준으로 삼아 만들어보기로 했다.

면 반바지를 뒤로 뒤집어

어떤 식으로 패턴을 해야 할지 살폈다.

 

바지를 만들어본 적이 없어서

곡선 각의 들어가는 바지의 패턴을 이해하고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우선 앞판과 뒤판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

앞판과 뒤판을 만들고

남는 천은 잘라냈다.

몸에 둘러보았다.

가랑이 부분은 둘째치고...

앞 뒤판이 접하는 부분의 원단 길이가 너무 짧아서

엉덩이를 겨우 가리는 것도 불가능...

바지가 아니라 팬티...

아무래도 하의로 만들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막막했다.

 

턱받이로 활용해야 할지...

상의로는 잘 하면 활용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어떤 식으로 만들어야 할지 감이 잘 안 왔다.

이리저리 배치를 해봤는데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냅킨이나 컵 받침을 만들어볼까 생각을 하던 찰나...

원단의 느낌은 매우 다르지만

비포 선셋에서 셀린이 입고 나왔던

아주 가볍고 시원한 느낌의 뒤트임 블라우스가 생각이 났다.

아주 얇고 가벼운 면/리넨 소재에

넥 라인을 따라서 레이스 장식으로 연결되어 있는 민소매 블라우스

 

사진 출처 : http://thefilmexperience.net/blog/2019/7/16/the-new-classics-before-sunset.html

뒤트임이라는 모티브만 가지고...

다시 만들어보기로 했다.

셀린의 가벼운 블라우스가 강바람에 살랑살랑 날리는 게 참 예뻤던,

기억에 남았던 비포 선셋의 한 장면 ↓

 

https://www.youtube.com/watch?v=lv5UBO5ITqA

 

내가 가지고 있는 원단을 이리저리 배치해보고

묶어도 보았다.

배열을 이리저리 바꾸고, 조합해보는 이 과정이

재미있다.

엉성할 수도 있지만...

막다른 길에 다다랐을 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것

이 작은 시도들이 나에게 얼마나 큰 기쁨을 가져다주는지 모른다.

가슴 부분이 너무 밋밋한 것 같아서

리본처럼 이렇게 주름을 잡으면 예쁠 것 같았다.

 

안쪽에서부터 넓게 바느질을 한 뒤에

묶어주면 볼륨감 있는 주름이 나올 것 같았다.

여유 있게 실을 사용해서 바느질을 한 뒤

꽉 당겨 묶으니

생각한 것처럼 주름이 잡혔다!

신기방기

 

크게 생각 없이

감에 의존해서 아무렇게나 해봤는데...

생각한 대로 주름이 나와

너무 신기했다.

가슴 쪽에

둥글게 주름이 잡힌 것을 볼 수 있다.

몸에 갖다 대보니 이런 모습이다.

아래와 같이 수정해야 할 부분들이 보였다.

1) 가슴 앞 부분에 주름을 조금 더 더하기

2) 뒷부분 원단이 많이 남기 때문에 조금 잘라내기

 

어깨에 스트랩을 더하기로 했다.

앞서 피팅 했을 때 많이 남았던

뒤쪽의 원단을 잘라냈다.

 

 

기존 셔츠의 소매의 끝에 달린 소맷단을 잘라

어깨 스트랩으로 사용했다.

이 소맷단 만으로는

스트랩 길이가 많이 짧았다.

방금 잘라낸 뒤판의 원단을

소맷단 두께에 맞춰 접어서 소매 단과 연결했다.

이렇게 만든 스트랩은

튼튼하게 고정될 수 있도록

박스 모양으로(박스 안에 엑스 자)

바느질했다.

 

 

(왼쪽 사진)

어깨 끈은

거울을 보고 피팅 하면서

알맞은 길이를 찾아 몸판에 붙여 바느질했다.

(오른쪽 사진)

오픈 형식의 뒤판에 달아줄 리본 디테일

조금 심심한 느낌이 있어서

앞쪽에 주름을 보다 과감하게 더했다.

풍성하게 주름을 잡으니 확실히 포인트가 되고 예쁘다.

뒤쪽에는 리본 디테일을 하나만 넣었었는데

입고 보니 너무 휑한 느낌이 있었다.

리본 스트랩을 한 세트 더 만들어 더했다.

(뒤편에는 리본이 2세트 들어갔다.)

이렇게 두 번째 상의도 완성!

다행히 이 상의를 만들 때는

가슴 뒤쪽에

시접이 넓고 깊게 들어가서

가슴 앞쪽에 2겹의 면이 접했다.

안감을 따로 덧대지 않고도

비침을 걱정하지 않아도 돼서 참 좋았다.

 

완성된 주름 상의를 착용한 모습이다.

리폼을 하면서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들을 계속해서 직면하다 보니

때에 따라

평소에 내가 유지하던 행동 패턴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고쳐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함을 여실히 느끼는 중이다.

기존 접근 방식을 고수한다면

어쨌든 실행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도달하게 되는 곳이

내가 목표했던 곳이 아닌 다른 지점이 된다는 것을 뚜렷하게 목격하고 보니

경각심이 드는 건 사실이다.

오로지 손바느질로 리폼하고 있기 때문에

바느질을 뜯어내고, 다시 바느질하고 하는 과정에 매우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데...

오히려 이런 상황이

나에 대해 되돌아보고 생각할 충분한 시간을 준다.

이 기회에 감사한 마음이다.

다음 번 리폼을 통해서는

미처 알지 못했던 나의 어떤 모습을 알게 되며

어떤 것을 느끼고 생각을 하게 될까?

다음을 기약하며...

아! 가능하다면 비포 선셋에서 셀린이 입은 블라우스를 모티브로 블라우스를 제작해봐야겠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