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일기 012
1. 저 혼자만이 느끼는 감정이 아님을 일깨워주는 페르난두 페소아의 문장에 감사합니다.
언제나 내 삶은 현실의 조건 때문에 위축되어 있다.
나를 얽매는 제약을 좀 해결해보려고 하면
어느새 같은 종류의 새로운 제약이 나를 꽁꽁 결박해버리는 상태다.
마치 나에게 적의를 가진 어떤 유령이 모든 사물을 다 장악하고 있는 것처럼
나는 내 목을 조르는 누군가의 손아귀를 목덜미에서 힘겹게 떼어낸다.
그런데 방금 다른 이의 손을 내 목에서 떼어낸 내 손이,
그 해방의 몸짓과 동시에, 내 목에 밧줄을 걸어버렸다.
나는 조심스럽게 밧줄을 벗겨낸다.
그리고 내 손으로 내 목을 단단히 움켜쥐고는 나를 교살한다.
불안의 서, 페르난두 페소아
사진 출처 : https://exploringyourmind.com/great-quotes-the-book-of-disquiet/
Great Quotes from The Book of Disquiet - Exploring your mind
These quotes from The Book of Disquiet are fragments of a true work of art. This wonderful text is considered Fernando Pessoa's best book of prose.
exploringyourmind.com
2. 새콤달콤한 청혈 주스에 고맙습니다.
근무를 마치고 1시간쯤 낮잠을 잤습니다.
이동 통제 명령으로 인해 매우 제한적인 생활 반경 내에서만 생활한지도 어언 반년입니다.
아무렇지 않다, 괜찮다고 생각하며 태연하게 지내고 있었지만...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던 무기력함과 두려움이 저를 삼킬 것만 같은 날이 있습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습니다.
저녁을 먹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습니다.
냉장고에서 당근, 사과, 오렌지, 생강, 양파를 차례로 꺼냈습니다.
재료들을 깨끗이 씻은 뒤 껍질을 깎고, 씨를 제거하고, 작게 잘랐습니다.
알록달록 재료들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깨끗이 씻어내고
각기 다른 질감을 느끼며
집중해서 손질하다 보니
무력감과 두려움이 조금씩 사그라들었습니다.
제 주변에 정체되어 있던 에너지를 정화시켜 준
주스 만들기 과정에 감사합니다.
새콤달콤 맛있는 청혈 주스에 고맙습니다.
3. 제 인생에 색과 향을 더해준 성시경 씨의 목소리에 감사합니다.
딩고 채널의 킬링 보이스라는 시리즈에 성시경 씨가 출연했습니다.
그의 노래들을 쭉 따라 듣다 보니...
제 인생의 꽤 많은 순간에 성시경 씨의 목소리가 함께했음을 깨달았습니다.
추억들을 선명하게 만들어 준 그의 목소리에 감사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6RQ-bBdASvk&t=120s
처음부터 끝까지 쭉 따라 부르다 보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습니다.
주스 만들기
노래 부르기
기록하기
위 활동이
제 목에 걸어둔 밧줄을 풀고
움켜쥐고 있던 손을 내려놓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도움을 준 일상 속 명상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