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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물건

리폼(민소매 상의 만들기)

by Ilhamijin 2021. 5. 9.

사부작사부작

손바느질로 리폼 하는 것에 재미를 붙였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해서 하게 된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몰입의 즐거움에 대해 다시 일깨워준 취미 활동!

한국의 아름다운 가게와 비슷한

Kawan shop 이라는 중고 물품 상점에서

광택이 도는, 사틴 촉감의 나일론 소재 원피스 2개를 구입했다.

옷 사이즈가 커서

리폼에 사용할 수 있는 원단 면적이 넓어 활용도가 높을 것 같아 구입했다.

KAWAN SHOP 은 페낭 조지타운 츌리아 스트리트에 위치하고 있다.

카완샵의 페이스북 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kawanshoponline/

 

금빛이 도는 오묘한 색감이다.

흰색에 약간의 노란색이 섞인 채도가 낮은 색

자잘한 들꽃 무늬가 예쁘다.

우선 2개의 원피스 중 1개는 킵,

나머지 1개만 이용해서 리폼을 하기로 결심했다.

원단의 색과 패턴으로 보아

프랑스 브랜드인 루즈(ROUJE) 사의 랩스커트를 만들면 예쁠 것 같았다.

루즈 사의 랩스커트 ↓

루즈사가 랩스커트에 사용한 소재는

촥 떨어지는 느낌의 폴리 소재로 보인다.

내가 사용할 원피스의 소재와는 아주 상이했지만...

의욕이 앞서서 일단 진행해보았다.

참고로 후에 아주 후회했다.

생초보 리포머인 나는

소재의 특성이 옷 디자인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미처 알지 못했다.

이번 리폼을 통해서

옷 디자인 이전에

소재의 특성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함을 배웠다.

https://www.youtube.com/watch?v=I4BxS2VfZWw

 

내 옷장에는 랩스커트가 없었기 때문에

참고할 수 있는 실물 패턴이 없어서...

유튜브에서 위 영상을 참고했다.

위 영상의 랩스커트 제작에 사용된 원단도

내가 사용한 원단보다는 훨씬 두께감, 무게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영상에서 설명해 주는 치수에 맞게

재단해서 잘랐다.

이 나일론 원단은

가볍고, 두께가 얇아 무게감이 없어서 커팅조차 쉽지 않았다.

요령이 없어서인지...

삐뚤빼뚤 허술하기 그지없음

 

랩스커트이기 때문에

트임이 있는 앞면엔 2개의 패턴

트임이 없는 뒷면엔 1개의 패턴

뒷면 패턴

골반에 비해 허리 부분이 더 잘록해야 하기 때문에

허리 부분에 이런 모양으로 다트(?)를 넣어야 한다.

다트를 잡아가며 바느질을 했다.

 

 

두 개의 패턴이 만나는 접합 부위에는

1CM 정도 여유 밥을 두고

미리 대~충 넓게 넓게 시침질을 했다.

그리고 그 시침질선 바깥에서 0.5CM 정도 위치에

본 바느질을 했다.

 

 

원단 절단면은 올이 풀리지 않게 추가로 처리를 해야 하는데...

재단을 너무 타이트하게 해서 여유 밥을 크게 줄 수가 없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대충 최소한의 여유밥만 잡았다.

올이 풀리지 않기를 바라며 엉성하게 바느질을 했다.

바느질을 마친 접합 부위 역시

올이 풀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위와 같이 마무리했다.

(위 오른쪽)

배경지식이나 훈련이 전무한 상태에서

무작정 리폼을 하다 보니

재단, 디자인, 바느질 퀄리티

모든 면에서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매우 엉성한 시도였지만

부족한 부분, 내가 훈련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이 기회를 통해 인지하게 되었으므로, 유의미한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바느질을 마친 치마를 몸에 둘러보았다.

도저히 랩스커트로 입을 수 없는 상태...

새로 재단해서 처음부터 만들더라도

소재가 너무 얇고 무게감이 없어서 내가 원하는 느낌처럼 입으려면

무게감을 더할 수 있는 안감을 더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원단을 낭비하기는 싫었다.

 

복잡한 마음으로

랩스커트에 사용하려고 잘라두었던 스트랩 만드는 작업을 우선 계속했다.

직사각형 모양의 스트립을 여러 개 이은 뒤

반으로 접어 바느질을 했다.

 

이 상태에서 이제 뒤집어줘야 한다.

 

스트랩을 뒤집어 주는 스트랩 뒤집개를 사용하면 쉽게 뒤집을 수 있는데

우리 집에 그런 게 있을 리가 만무했다.

볼펜이나 샤프를 이용해 스트랩을 뒤집어 보려 했으나

스트랩 두께보다 볼펜이나 샤프가 더 두꺼워서 들어가지가 않았다.

망연자실하던 차에 이 빵 끈이 생각났다.

철사로 되어 있으니 끝부분을 구부려서 사용하면 스트랩 뒤집개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스트랩의 맨 끝부분 바느질한 부위를 철사로 잡아서 고정하고,

스트랩을 관통해서 반대편 끝으로 나오게 할 계획이었다.

 

 

빵 끈이 실을 놓치지 않도록

잘 신경 쓰면서

쭉쭉 반대편으로 빼주었다.

손가락 감각에 집중해야 한다.

반대편으로 빼는 도중에 철사가 빠져 저 중간에서 이도 저도 못하게 되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정말 다행히도 철사가 반대편 끝 쪽으로 나와주었다. (위, 오른쪽 사진)

 

 

이렇게 바깥 면으로 잘 뒤집혔다.

스트랩의 양 끝은 묶어서 마무리했다.

안타깝지만...

스트랩을 다 만드는 동안에도

이 랩스커트를 원래 의도 그대로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랩스커트 대신에

방금 만든 스트랩을 어깨 끈으로 하는

민소매 상의를 만들기로 생각을 바꿨다.

 

어깨가 시원하게 드러나는 민소매 상의이기도 하고

더운 날씨 때문에 두꺼운 속옷을 입는 것이 싫기 때문에

속옷이 없이도 착용할 수 있도록

비침을 막아주기 위해

가슴 앞 부분에 같은 소재로 한 겹 덧대주었다.

스트랩을 저런 식으로 가슴 앞쪽을 따라 지나가게 한 다음

목뒤로 묶어서 입는 홀터넥 리본으로 연출할 예정

 

스트랩이 들어가 있는 앞쪽 가슴 부분에

볼륨감을 더하고 싶었기 때문에

주름을 원하는 대로 연출 가능하게 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트랩이 몸 판 패턴에 고정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이 점을 신경 써가면서 꿰맸다.

만들다 보니 등 뒷부분을 시원하게 드러나게 만들고 싶었다.

백리스 블라우스로 만들기 위해서 쉬인(SHEIN)이라는 여성 쇼핑몰에서 몇 가지 제품을 참고했다.

 

사진 출처 : https://sg.shein.com/Tied-Backless-Ditsy-Floral-Print-Top-p-1977935-cat-1733.html

 

뒷부분 패턴이 삼각형으로 떨어져야 한다는 걸 확인했다.

깔끔하게 재단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커팅하는 대신 반으로 접어 겹친 상태로 바느질을 했다.

이렇게 반을 접어 겹치면

두 겹이 되기 때문에

얇고 힘이 없는 소재의 특성을 조금이나마 보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민소매 상의는 완료!

이왕 만드는 김에

자투리 원단으로 헤어 곱창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이렇게 직사각형 모양의 스트립을 잘라준 뒤

반을 접어 다림질한다.

반으로 접어 막혀있는 부분 말고

열려있는 반대편에 약간의 여유 밥을 두고 바느질을 한다.

바깥으로 뒤집어준다.

 

 

 

 

손목에 고무줄을 두른 다음

편안한 길이를 찾아 자른다.

미리 만들어 놓은 곱창 스트랩 안에 고무줄을 넣는다.

고무줄을 묶어준다.

곱창 스트랩 양 끝이 보이지 않도록

깔끔하게 마무리 바느질을 한다.

 

헤어 곱창 완성!

완성된 민소매 상의를 펼치면 이런 형태

뒷부분 양쪽 패턴의 대칭이 맞지 않는다.

하지만 리본으로 묶어 연출할 것이기 때문에 개의치 않았다.

랩스커트를 만들 때 허리 부분에 넣었던 다트가

이렇게 곡선미를 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조금 우려했는데

이 부분이 가슴 부분에서도 어색하지 않게 보여서 다행이었다.

 

내 것을 만들면서

친구 것도 똑같이 하나 만들어봤다.

 

 

청치마와 함께 매치해보았다.

어깨와 등 부분 노출이 있는 옷이라...

짧은 하의와 매치하니 영 불편했다.

편안한 하의와 매치하면 더 잘 입을 듯!

 

 

(왼)긴 청바지와 함께 매치한 모습

(오)헤어 곱창으로 반머리를 한 모습

원래 의도한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물이지만

만족스러운 우회였다.

미흡하지만 이 상의를 만들어 낼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

한걸음 한걸음

옷 만들기와 더 친해지는 나를 볼 수 있길 바라며...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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