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답은 시도 속에 존재할테니5 사슴을 쫓던 오후 (2020년 5월 21일) 성벽으로 둘러싸인, 미로를 연상시키는 고대 도시에서 눈을 뜬다. 시선이 닿는 곳에는 견뎌온 세월을 그대로 보여주는, 빛이 바랜 상아색의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각각의 건물은 위용을 뽐내면서도 어딘가 모를 다정한 분위기를 풍긴다. 오후의 따스한 햇살이 가져다준 다정함에 감사하며, 눈이 부실 것은 아랑곳 않고 태양을 바라본다. 유난히 더 가깝고 밝게 느껴지는 태양에 눈을 찡그리던 순간, 갑자기 느껴지는 기척에 시선을 옮긴다. 사슴이다. 신기한 듯, 내 주변을 빙글빙글 맴돌더니 한 골목으로 걸음을 옮긴다. 호기심에 사슴을 쫓는다. 돌아보진 않지만 귀를 쫑긋 세우곤 일정한 걸음의 속도를 유지하는 사슴을 보고, ‘우리 같이 걷고 있구나’ 안심하며 보폭을 맞춘다. 시간은 흐르고, 계속해서 걷는다. 우리의.. 2020. 9. 10. 본래의 의미를 잃은 그 말의 조각들 (2018년 1월 27일) 가끔 지난 시간과 감정이 얽혀 굳어진 내 자기방어적인 태도가 갑자기 나타나 속수무책으로 나를 흔든다. 나는 눈치도 못 채고, 정신없이 흔들리다가 결국엔 무릎을 꿇는다. 그리곤 그제서야 이번에도 또야 하고 고개를 숙인다. 그러면 나는 지금 내 앞에 서있는 당신의 눈을 바라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당신의 눈 속에서만 찾을 수 있는 그 완전한 마음을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결국 무릎을 꿇고 고개 숙인 내가 볼 수 있는 건 바닥에 떨어져 조각나 아무렇게나 뒤섞인 나와 당신의 말, 본래의 의미를 잃은 그 말의 조각들뿐이다. 일어나야지. 일어나야지. 일어나야지... 그때 당신이 무릎을 꿇고, 내 눈을 찾는다. 나는 천천히 그 눈을 바라보고 당신의 마음을 찾는다. 우리는 잠잠히 기다린다. 그리고 .. 2020. 9. 10. "Eternity was in that moment." (2018년 1월 20일) 하염없이 걸으며 눈에 별을 담았던 밤이 있었다. 찬 공기에 아랑곳 않고 물 위에 떠 눈에 별을 담았던 밤이 있었다. 옥상에 가만히 누워 눈에 별을 담았던 밤이 있었다. 반짝이는 별을 하나둘 눈으로 좇으며 담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 듯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늘도 그렇게 하늘을 올려다보고 떠있는 별들을 내 안에 차곡차곡 담았다. 익숙한 기분에 눈을 감았다. 반짝반짝. 그렇게 지난날 담아온 별들이 내 안에 온통 가득했다. 2020. 9. 10. 이보다 멋진 선물은 없어! (2018년 1월 17일) 점심 식사를 하러 몰을 향해 차를 타고 가는 길이었다. 가는 길에 새로 생긴 식당이 눈에 띄었다. "C'est la vie."라는 가게였다. 당시 불어를 배우던 아담이 소리 내 말했다. "C'est la vie." 그 공기 같은 목소리로 들려주는 문장이 참 아름답게 들렸다. 식당이 궁금했던 우리는 며칠 뒤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동양적인 인테리어가 의외였다. 퓨전 프랑스 요리를 하는 곳인가? 했다. 메뉴를 받았다. 게살 수프에 담긴 국수를 주메뉴로 한 중식당이었다. 예상치도 못한 메뉴였다. 주문한 국수는 김이 모락모락 났고 우리는 그 국수를 땀 흘리며 정말 맛있게 먹었다. 예상치 못한 게살 수프 국수를 맛있게 먹는 것, 그야말로 "C'est la vie."였다. 2020. 9. 10.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