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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말레이시아 생활

말레이시아 입국, 시설 격리 DAY 11( 2020년 10월 20일 )

by Ilhamijin 2020. 10. 28.

굿모닝 말레이시아!

이제는 꽤 익숙해진 풍경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일어나자마자 미지근한 물을 마시고

밀크씨슬 캡슐 1알, 프로폴리스 캡슐 2알을 먹었다.

오늘 배달된 아침은

굽지 않은 식빵 2쪽 + 딸기잼

해시브라운 2조각

방울토마토 & 버섯 토마토소스 볶음

바나나, 사과주스

바나나, 사과주스는 교육 중 허기질 때 간식으로 먹기로 하고

견과류, 오렌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준비해 아침으로 먹었다.

빵을 먹을 때 습관처럼 쨈과 같이 먹곤 했는데

맛은 좋지만 건강에는 그리 좋지 않은 것 같아서 오늘은 먹지 않았다.

빵 먹을 땐 먹지 않지만

나중에 집을 구하면 떡볶이 만들 때 넣어먹어야지

격리 해제될 날을 기다리며

집을 구하면 어떤 음식을 해먹지 목록 만드는 중

우선 지금은 김치와 떡볶이가 1순위다.

락토핏 생유산균 1포와, 도라지 배 생강청을 먹으려는데

트레이닝이 시작할 시간이 아닌가!

하지만 빼먹을 수 없다.

카메라 각도를 조절해서

화면에 코 위로만 내 얼굴이 나오게 한 뒤

몰래 먹었다.

 

트레이닝에서 다루는 내용이 꽤 많고

쉴 새 없이 과제가 주어진다.

다른 생각, 개인행동을 할 여유가 없을뿐더러

9시부터 18시까지

트레이닝 스케줄 내내 카메라를 켜두고

트레이너와 질의응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쉬는 시간,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일과를 기록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오늘 배달된 점심은

칼국수와 비슷한 비주얼의 뽀얀 국물의 국수

(청경채, 버섯, 파, 고추, 튀긴 양파, 멸치, 김이 고명으로 올라가있음)

초코크림빵

 

내가 머무르는 격리 호텔의 점심시간은 보통 12시 전후인데

지금 진행하는 트레이닝 점심시간은 1시

음식이 배달된 뒤 한 시간 후 음식을 열었더니

국물이 따로 포장되어 있긴 하지만 면이 불어있었다.

젓가락이 아니라 숟가락으로 퍼먹었다.

맛을 보니 국물 있는 반미다.

달콤하고 감칠맛있는 멸치, 양파튀김이 고명으로 올라가있는데 참 맛있었다.

오늘도 역시 버섯에서 물 비린내가 감지됐다.

 

오늘도 천장과 바닥에 마구 떨어져 있는 모기

모기인 줄 알았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가족 카톡 방에 물어봤더니

엄마가 하루살이인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렇다.

매일 바닥에 수북하게 쌓여있는 사체들

모기가 아니라 하루살이였다.

↑ 하루살이

내 방에 있는 하루살이는 이 사진과 같은 종류의 하루살이는 아님

이곳의 하루살이는 꼬리가 짧고 날개도 모기와 비슷하며 몸통 색이 회색/연두색의 중간쯤 어떤 색이다.

하루 종일 모니터와 씨름하다 보니

눈이 매우 피로해서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계속해서 진행된 트레이닝

앞으로도

약 2.5주가량 트레이닝이 진행될 예정

지금은 모든 게 처음 다루는 내용들이라

배우고 있는 내용이 흡수가 잘되지 않고,

내 컨트롤 밖에 있다는 느낌이다.

마음 한편에 돌덩이가 있는 듯하다.

트레이닝이 끝날 때 즈음에는

지금보다는 좀 더 확신에 찬 태도로 업무에 접근할 수 있기를

 

트레이닝 도중 가벼운 두통이 날 때면

사용하고 있는 아로마 호흡 기구

멘톨과 유칼립투스 추출액이 들어있어서

졸음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한 자세로 하루 종일 앉아있으려니

온몸이 뻐근하다.

오후 4시쯤 되면

급격히 에너지 레벨이 떨어진다.

바나나를 먹었다.

기존에 예정된 트레이닝 종료시간은 6시이지만

매일 트레이너가 정해둔 목표를 성취해야 하기 때문에

하다 보면 매일 6시 반-7시쯤 되어서야 끝이 난다.

서서히 해가 지고 있었다.

트레이닝을 시작한 후로는

밥때가 되면 너무 허기가 진다.

 

오늘 배달된 저녁 메뉴는

토마토소스에 버무린 브로콜리, 마카로니

상추 통째로 3장

토마토 슬라이스 1개, 양파 오이 고명

아침은 빵

점심은 국수

저녁은 마카로니

삼시 세끼 밀가루가 나오는 중이다.

내가 마카로니를 먹고 있는 건지

마카로니가 나를 먹고 있는 건지

허기 때문에 생각 없이 허겁지겁 먹다가

정신 차리고 포크를 놓았다.

전형적인 영양 불균형 식단

 

마카로니는 그만 먹지만

초코 크림빵은 먹습니다.

밀가루이지만 먹습니다...

하하하...

마카로니, 초코 크림빵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에

배를 깎아 먹었다.

아삭아삭한 식감에

풍부한 과즙

맛있었다.

저녁을 먹고 오늘의 폐기물을 내놓았다.

몸이 너무너무 뻐근했다.

특히 목과 어깨가 뻣뻣

스트레칭 후

반신욕이 필요했다.

트레이닝 내내

끊임없이

텍스트랑 이미지를 머릿속에 넣어야 되기 때문에 뇌가 너무 피곤했다.

어둠 속

티트리 오일을 뿌리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갔다.

정보 디톡스 시간

업무 시작 후에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일을 해야 된다면

반신욕조 사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겠다...

나른한 몸을 이끌고

부동산 계약 시 주의해야 할 점, 확인해야 할 점, 계약서를 읽어보았다.

뇌가 너무 피곤해서

읽고 있는 글자들이 뇌에 들어오지 않고

전부 굴러다니는 느낌...

당장 해결해야 될 과제들이 많아

꽤 스트레스를 받는 중

스트레스에 압도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바닥에 수건을 깔고 정성스레 절을 했다.

내 의식에 주의를 가져올 것

내 목소리를 들을 것

아침에 일어난 이래로

오늘 처음으로

나 자신의 목소리와 제대로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정말 필요한 시간이었다.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절하는 습관을 들이게 해준

엄마께 감사하는 마음을 느꼈다.

'이곳에서도 나는 보호받고 있구나. 사랑받고 있구나. '

"우리의 두려움이 크긴 하지만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진실이 훨씬 더 크다. " 부처가 말했다.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진실을 기억하는 순간

두려움이 잦아든다.

내 존재가

누군가에게 이 같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용기를 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하는 마음이 들었다.

몸과 마음이 이완됨을 느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스트레스와 긴장으로

몸과 마음이 딱딱하게 굳은 듯하다면

절이나 기도, 일기 쓰기와 같은 활동을 통해

자기 자신의 목소리와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꼭 가지기를 바라며...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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