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말레이시아!
한국에서 내가 일상적으로 먹던 음식에 비해
말레이시아 음식은 기름지거나, 향신료가 많이 더해진 편
그런 이유로 삼시 세끼 먹으려니 쉽지 않았다.
특히 아침에 나오는 튀김류, 볶음면은 먹기 힘들었다.
가능하다면
아침이라도 빵이랑 커피로 간단하게 대신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아침 식사는 열이 가해진 요리 대신
빵, 버터, 잼, 과일과 같이 간단식으로 갖다 줄 수 있는지 문의했다.
관리팀 대답은 OK
룰루랄라~
가벼운 마음으로 빵을 기대하며 문을 열었으나
도착해 나를 반기는 건 나시르막
굿모닝 나시르막!
예기치 않은 손님이지만, 반갑게 맞이하기로
나시르막은 말레이시아 대표 음식 중 하나이다.
나시르막은 '기름진 밥'을 뜻하는데,
코코넛 밀크, 판단 잎과 함께 찐 풍미가 있는 밥에
여러 가지를 곁들여 함께 먹는 식사 메뉴!
나시르막은 나름 익숙한 음식이고
무난하게 맛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내가 오늘 아침부터 빵을 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을 잠깐 까먹을 뻔했으나...
정신을 차리고 관리팀에 요청한 빵이 안 왔다고 메세지를 보냈다.
"바로 갖다 줄게." 답장 후
10분쯤 흘렀을까... 빵, 잼, 버터가 배달됐다.
안타까운 건
나시르막이 이미 내 방에 들어왔으므로
다시 돌아 나갈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격리 중
내 방에서 사용된, 만져진 물건은
모두 폐기물로 간주되기 때문에
이 방에서 다시 나가기 위해서는 쓰레기봉투에 넣어져 배출되는 방법밖에 없다.
나시르막에게 그런 고난을 줄 순 없으니...
냉장고에 킵
냉장고에 나시르막을 안전하게 모셔두고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왜 여기 티비장 위가 이렇게 젖어있지?
이게 무슨 일일까?
상황 파악이 되기 전에
머릿속에 이런저런 가정이 휙휙 지나갔다.
드립 백 패키지가 흠뻑 젖어있었다..
이건 수미가 출국 선물로 준 귀한 원두 드립 백...
너무 충격을 받아서 자리에 한참을 서 있었다.
육성으로 SHIT... 이 터져 나옴
다른 객실에서 누수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있다고 듣긴 했는데
난 괜찮을 거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다.
내 방도 누수 문제가 있는 걸까? 하고
천장과 벽면을 샅샅이 확인했다.
하지만 따로 누수 문제는 발견이 되지 않았다.
대체 어떤 경로로 티비장 위에 물이 흥건하게 흐른 걸까?
정답은...
내가 따로 담아온 미순수였다...^^
(진실로 웃는 거 아님)
캐리어 안에 잘 넣어뒀는데도 불구하고
옮겨지는 과정에서 충격을 받았는지
자세히 보니 통에 크게 균열이 가 있었다.
가방 안에서
다른 짐들이 잡아주고 있었을 때는 상관이 없었지만
내가 통을 따로 꺼내서 세워뒀더니
균열이 간 부분이 버티지 못하고
그 사이로 미순수가 조금씩 흘러나온 듯했다.
난 그것도 모르고...
기뻐하며
미순수와 나의 무지갯빛 미래를 꿈꿨던 것
티비장 위뿐만 아니라
바닥에도 아주 넓게 흘러있다.
진심으로 눈물이 앞을 가리는 광경
하지만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다.
정신을 부여잡고 남아있는 미순수를 구해내야 한다.
800ml 통에... 반 이상 흘러나가고
300ml 정도 남아있는 미순수를 생수통에 옮겨 부었다.
물을 채워 희석 시켰다.
내가 넌 반드시 지켜줄게
격리 해제 후
다른 도시로 넘어갈 때는 미순수는 반드시 핸드캐리 한다.
우선 지퍼백에 한 겹 포장
나중에 이동할 때는 수건에 감싸서 소중히 모시기로
이번 경험을 통해 배웠다.
미순수는 더 소중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뼈아픈 실수지만
이 경험을 통해
다음번을 더 잘 준비하게 됐으니
나쁘지만은 않은 경험
흠뻑 젖은 드립 백 상자를 열어보았다.
추후 드립 백 상자 언박싱 후기를 올리고 싶었는데
이런 식으로 올리게 될 줄이야...^^
총 5가지 다른 원두 종류의 드립 백이 2개씩 총 10개가 들어있다.
5개 모두
각각 다른
레이지 모먼트의 분위기를 닮은 귀여운 일러스트 스티커가 붙어있다.
밑 부분 반 정도가 미순수를 머금어 동색/금색을 띠게 되었는데
꼭 커스터마이징 디자인을 더한 느낌이다.
(무엇이든 보기 나름)
슬픈 마음으로 그중 하나 뜯어보았다...
말끔!!!!!!!!!!!
개별로 포장된 봉투 안에
코팅이 되어 있어 내용물이 멀쩡하다.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
선물을 받은 기분!!!!!!!!!!!
너무 기뻤다.
미순수의 효용 가치를 알고 있는 나에게
미순수를 이대로 그냥 버리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방 대청소를 하기로 결심했다.
호텔 측에 요청해서 받은 손걸레로
흘러있는 미순수를 모두 빨아들인 뒤
바닥 청소 시작~~~
우선 바닥 전체에 빠진 곳 없이 펴 발라 줬다.
일반적으로 미순수는 물과 희석해서 희석액을 사용하는데
오늘 바닥에 흘려버린 것은 농도가 높은 원용액이기 때문에
한번, 두 번, 세 번 닦아도 세제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물걸레로 닦고, 닦고, 닦고,
또 닦고, 닦고, 닦고, 닦고...
7 번을 닦아줬다...
럭키 세븐...^^
7번을 닦아도 묵은 때를 닦아내주는 너란 아이...
감사합니다.
렌즈 맘 = 내 맘
물론 감격의 눈물이다...^^
미순수로 청소한 뒤 객실 모습
바닥을 집중해서 봐주세요...
한국에 있는 내 방 바닥보다 반짝거린다.
하늘도 유난히 맑아 보인다.
객실 슬리퍼와는 안녕
이 깨끗한 바닥을 앞으로는 맨발로 누리기로...
청소를 마치고 찬물 샤워!
레이지 모먼트 드립 백 세트 중
멕시코 뷰 까레 무산소 발효 내추럴을 먹어보기로~
이 향긋한 커피가 금방 식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뜨거운 물을 미리 준비해 컵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5분 후 드립
드립 백을 열기 전에 이미
향긋한 커피향이 기분 좋게 코를 간질인다.
드립용 주전자가 없어서
균일하게 물줄기를 내리진 못하지만
그런 것과 상관없이
너무너무너무너무 향기로웠다.
깨끗한 방 안 가득 커피향이 채워졌다!
첫째 잔 시음~
약간의 산미가 있고, 묵직한 느낌보다는 가볍게 넘어가는 맛이었다.
이곳에서 제공되는 인스턴트커피만 마시다가...
신선한 커피를 마시게 되니 정말 좋았다.
미순수 사고가 내게 준 작은 선물 중 하나~
이렇게 향기로운 커피를 빨리 맛보게 해준 것!
청소 후 먹는 빵은 꿀맛
오늘 아침은 빵, 잼, 버터, 레몬 아이스티, 바나나가 제공되었다.
확실히 이곳이 덥구나 깨닫게 되는 부분
버터가 이미 녹아 있어서
마요네즈처럼 부드럽게 잘 발린다~
간단하게 버터+딸기잼 조합
시장이 반찬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손톱을 깎은지 꽤 됐다.
손톱 깎기가 어디쯤 있으려나~~~
손톱깎이가...
손톱깎이가... ?
없구나...?
안 챙겨왔구나...
손톱을 깎아야 하는데...
(빵집 알바 경력 약 3년, 손톱이 길어 나오는 것에 예민한 편)
대신 눈썹/코털 가위를 찾았다.
다행히 끝부분이 둥글어 안전하게 깎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꿩 대신 닭
참고로 나는 가위로 손톱을 깎아본 적이 한 번도 없다.
하지만 도전!
손톱깎이는 손톱의 곡률(휘어진 정도)를 감안해서
날 부분이 둥글게 설계되어 있는 것과 달리
이 눈썹/코털 가위는 그렇지 않아 손톱을 깎기가 쉽지는 않았다.
오른손 잡이라 왼쪽 손톱은 깔끔하게 깎는데 성공!
왼손으로 깎아야 했던 오른쪽 손톱은 너덜너덜해졌다.
새로운 시도를 해 봤다는 것에 의의를 두도록 하겠다.
*주의* 특히 어린이는 절대 시도하지 마세요. 다칠 수 있어요. *
*가위로 깎고 나서 손톱 깎기 찾음*
드립 백으로 한 번 더 내려 마셨다.
어제 널어둔 빨래도
더 바싹 마를 수 있도록 뒤로 뒤집어주고~~~
한 번 더 내려먹는 커피~
커피라기보단 커피 티 같은 느낌
오늘 구름이 있긴 한데
해가 뜨겁다.
(사실 실내에만 있으니 해가 얼마나 뜨거운지 느껴지지 않음)
(실내 공기 차가운 편)
드립 백이 마르는 속도가 굉장히 빠른 편이다.
앞면이 다 말라 뒷면으로 뒤집었다.
널어눴던 걸레도
뒤집어 널어주고
프로폴리스 캡슐 2알, 밀크씨슬 캡슐 1알
빠질 순 없지!
커피 드립 백이 생각보다 금방 다 말랐다!
레이지 모먼트 드립 백의 장점 : 내구성이 좋다.
패키지가 물에 흠뻑 젖어도 안에 내용물은 안전하게 보관이 된다.
(물론 젖음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음, 나의 경우 물 안에 아예 침수된 경우는 아니었음)
드립 백을 챙겨 넣어두고
회사 인트라넷에 들어가서 이주 가이드를 꼼꼼히 읽어보았다.
휴대폰 요금제/ 인터넷 요금제를 어떻게 가입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끝나면 가보고 싶은 곳을 노트해뒀다.
1) 나비 공원
2) 두리안 농원
오늘 점심은 피시 앤 칩스!
나는 채식주의자 식단으로 지정해뒀기 때문에
피시 대신 두부가 왔다.
난 피쉬앤칩스에 들어있는 흰 살 생선을 매우 좋아한다.
두부도 괜찮았다...
혼자 먹는 밥이 외로워 창밖을 바라보며 먹었다.
양치, 설거지 후
다시 회사 인트라넷에 들어가서
인강 수강
인강 들으며 간식 타임
오늘도 우엉차 타임
I LOVE 우엉차
오늘은 작은 사이즈의 쓰레기봉투 2개를 배급받았다.
왜 하루는 큰 사이즈의 쓰레기봉투 1개를
다음 하루는 작은 사이즈의 쓰레기봉투 2개를 주는 것일까?
변화가 적은 일상을 보내고 있는 객실 투숙객들에게
작은 변화를 안겨주려는 것인지?
(모든 것에 의미 부여를 하는 편)
시간이 흘러
저녁시간이 다가왔다.
DINNER'S READY!
저녁 준비됐어~라고 말해주는 친절한 목소리
사람 목소리가 반갑다.
오늘 저녁 메뉴는
흰쌀밥 많이
스위트 칠리소스에 볶은 콜리플라워+그린 빈+고수
템페(콩을 발효해 블록처럼 만든 식재료, 튀긴 것)
버섯 튀김
그리고 아침에 냉장고에 넣어뒀던 나시르막을 꺼냈다.
골라 먹을 건 없지만
여전히 골라 먹는 재미~
호텔에서 제공된 나시르막에는
코코넛 밀크, 판단 잎과 함께 지어 풍미가 있는 흰쌀밥
튀긴 땅콩
생오이
매콤달콤 감칠맛있는 삼발 소스
템페(발효된 콩을 블록화 시킨 식재료를 템페라 하고, 이건 템페를 튀긴 것)
가 들어있었다.
삶은 계란 또는 계란 프라이
튀긴 멸치랑 같이 먹으면 더 존맛탱인데...
(튀긴 멸치, 볶음 땅콩이랑 같이 비벼 먹으면
우리나라 매운 멸치볶음이랑 밥 비벼 먹는 느낌!)
비벼보았습니다.
매일매일 마주하고 있는 템페 튀김
이제 그만...
오후 7시 쓰레기봉투 픽업이 있기 때문에
저녁 식사 후 빠르게 정리해서 내놨다.
기온 때문에 하루만 지나도 심한 경우 악취가 나기 때문에
하루하루 내놓고 있다.
프로폴리스 캡슐 2알
놓치지 않을 거예요~
관리팀에 요청한 물품들이 도착했다.
샤워 타월 2개, 발 매트 1개, 갑 티슈
오늘까지는 기존에 사용하던 물품들을 사용하고
내일부터 뽀송하게 교체해서 사용해야지
(급마무리)
오늘은
예기치 못한 방문객, 나시르막을 통해
기억속에서 불러올 수 있었던
시(여인숙, 루미) 를 끝으로 일기를 마치겠다.
여인숙
인간이란 존재는 여인숙과 같아서
아침마다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우울, 야비함,
그리고 어떤 찰나의 깨달음이
예기치 않은 손님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잘 대접하라.
설령 그들이 그대의 집 안을
가구 하나 남김없이 난폭하게 휩쓸어 가버리는
한 무리의 아픔일지라도
그럴지라도 손님 한 분 한 분 정성껏 모셔라.
그대의 내면을 깨끗이 비우는 중일지도 모르니.
어두운 생각, 부끄러움, 미움,
그 모두를 문 앞에서 웃음으로 맞아
안으로 모셔들어라.
어떤 손님이 찾아오든 늘 감사하라.
그 모두는 그대를 인도하리
저 너머에서 보낸 분들이니.
루미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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